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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영원한 갑(甲)도, 영원한 을(乙) 도 없습니다. 요즘 매스컴을 오르내리는 먹이사슬에 얽힌 사연을 보며 이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왜냐면 언젠가는 갑을이 바뀌기도 하지만 을은 또 다른 상황에서는 잔혹한 얼굴을 가진 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모든 생물이 가지는 영원한 숙명입니다. 
 
갑중의 甲,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죽은 후에는 생전에 그 존재가치도 모르던 미생물 乙의 차지가 됩니다. 어떤 맹수도 넘보지 못하던 인간이지만 균 때문에 목숨을 잃고 또 균에 의해 분해되어 다른 생명체의 몸뚱이를 이루어 또 다른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죠.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말입니다. 
즉 우리가 싸구려 살균 스프레이 한 방으로 해결하던 乙, 미세한 균이 결국은 우리 몸을 차지하고 또 다른 생명체로 바꾸어 놓게 됩니다. 
불가에서 설하는 윤회설과 같은 맥락이지요. 
 
스님이 숲을 지나가다 멧돼지를 겨누는 사냥꾼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 얽히고설킨 전생의 인연을 보고 사냥꾼에게 차분히 설명해주어 살생을 멈추고 마음의 평온을 얻게 해 주었다는 이야기. 
우리에게는 짧게 오비이락(烏飛梨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사자성어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나무의 배는 때가 되어 떨어졌을 뿐인데 괜한 까마귀가 오해받는다는, 쓸데없는 구설수는 미리 피하라는 경구로 더 익숙하지요. 
 
오비이락파사두 (烏飛梨落破蛇頭) 까마귀 날자 배 떨어져 뱀 머리를 부순다. 
사변저위석전치 (蛇變猪爲石轉雉) 뱀은 멧돼지로 환생, 꿩에게 돌을 굴린다. 
치작엽인욕사저 (雉作獵人欲射猪) 꿩은 사냥꾼이 되어 돼지를 겨눈다. 
도순위설해원결 (導順爲說解怨結) 이런 순서를 설명해 원한을 풀어준다. 
 
까마귀가 배나무에서 쉬다가 날아오르자 먹던 배가 떨어지며 그 밑에서 햇볕을 즐기던 뱀의 머리를 부숩니다. 
시간이 지나 뱀은 멧돼지로, 까마귀는 꿩으로 환생해 세상에 다시 옵니다. 
멧돼지가 주둥이로 땅을 뒤지며 먹이를 찾느라 큰 돌을 굴리자 이것이 전생에 뱀을 죽였던 까마귀가 환생한 꿩 집을 덮칩니다. 꿩은 물론 그 알까지 모두 깨어져 돼지 먹이가 됩니다. 
꿩이 다시 사냥꾼으로 환생해 자기를 죽였던 그 멧돼지를 활로 겨누니 이 끊이지 않는 전생의 악연을 누군가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영원히 풀길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導順爲說解怨結. 순서에 따라 하나하나 설명해 원한을 풀어 해결해준다. 
 
갑을은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언제나 바뀌게 마련입니다. 
지금의 갑을은 사회 환경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으니 불가의 윤회설, 업보의 순환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억울한 눈물 훔치는 세상의 모든 乙님들. 
그리고 오늘 하루 의기양양한 세상의 모든 甲님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지혜를 배우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 자리의 을이 다른 자리로 옮기는 동시에 갑으로 바뀌는 경우도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답니다. 
바로 가정폭력이지요. 
바깥세상의 을은 가정의 갑으로 돌변합니다. 그리고 ..... 삐뚤어진 가정폭력의 희생자는 원인 제공한 갑의 자녀에게 또 다른 갑이 될 수도 있겠군요. 
 
어쩌다가 잘 익은 향기로운 배 하나가 이리저리 돌고 돌더니 가정폭력으로 둔갑했는지, 이 글을 쓴 나도 잘 모르겠네요. 
 
참 누군가 이렇게 일러주네요. 
까마귀는 배를 먹지 않기에 배나무에는 앉지 않는다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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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갑(甲)은 없다.